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암호화폐 거래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이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중앙화된 거래소(업비트나 빗썸 등)를 거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거래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상의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은 자신의 지갑에서 직접 거래를 진행할 수 있어 거래소의 신뢰성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스마트 계약을 작성하는 법을 몰라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간편한 UI(User Interface)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처리되는 거래량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 시장 조성자(Automated Market Maker, AMM)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호가창을 통해 이용자들 간에 직접적인 거래를 하지만, AMM 기반 거래소의 이용자는 알고리즘과 거래를 한다. 예를 들어, 거래소 이용자가 사고 싶은 자산의 종류와 개수를 거래소에 전달하면 AMM 알고리즘은 유동성 풀(Liquidity Pool)에 예치된 자산에 기반하여 매도 호가를 제안한다. 알고리즘이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든다면 이용자는 거래에 응하면 된다. 이는 이용자 상호간의 거래가 아닌, 이용자와 유동성 풀 간 거래를 의미한다.
이 시스템이 지속되려면 알고리즘이 적절한 가격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거래소 이용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안하면 알고리즘이 손해를 볼 것이고, 반대로 불리한 가격을 제안하면 이용자들이 거래에 응하지 않아 수익 기회가 사라진다. 따라서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AMM 알고리즘이 이러한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되면 유동성 풀에 자산을 예치하여 거래로 인한 수익을 배분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AMM 기반 거래방식의 장점은 비교적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호가창 기반 거래방식에서는 시장의 관심 정도에 따라 종목별 유동성이 크게 변화한다. 그러나 AMM 기반 거래소에서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알고리즘과 거래하므로, 유동성 리스크가 감소할 수 있다. 호가창 기반 거래 매커니즘과 AMM 알고리즘을 비교하는 최신 연구들에서는 대체로 시가총액이 낮은(혹은 관심에서 소외된) 암호화폐의 경우 기존의 호가창 기반 거래방식보다 AMM 방식의 거래소에서 거래비용이 더 낮음을 보였다.
최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증권토큰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주식, 채권뿐 아니라 미술품,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을 블록체인 상에 토큰화하여 활발히 거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거래되는 자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관심에서 소외되는 자산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이 이러한 자산들을 거래할 때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AMM 알고리즘이 문제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AMM 알고리즘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AMM 알고리즘은 적절한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데, 적절한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경쟁하는 거래 플랫폼의 존재뿐 아니라 경쟁자의 거래 메커니즘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호가창 기반 거래방식에서는 모든 손익이 거래자 본인의 판단에 달려 있으므로 거래로 인해 손실을 보는 사용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의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AMM 기반 거래는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매수/매도가 이루어지므로 알고리즘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는다면 유동성 풀에서 자금이 이탈하여 시장이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시장 상황에 강건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