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 비용을 치르는 어르신을 보게 되었다. 눈이 내리고 찬 바람이 부는 추운 날이었고, 출력한 서류를 품 안에 깊숙이 넣고 느릿하게 걸어가는 뒷모습도 스치듯 지나쳤다. 인쇄기가 없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인터넷과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민원서비스는 겨울 날씨보다 추웠으리라. 비단 디지털 민원서비스만 이러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면 주문을 받지 않고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매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화면을 누르다 들을 다른 손님들의 핀잔 또한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근래 디지털 사회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디지털 경제’, ‘디지털 뉴딜’, ‘디지털 혁신’ 등 산업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를 견인하는 새로운 엔진으로써 거론되는 디지털 관련 용어가 참 많다. 단순히 ‘아날로그’의 대척점인 ‘디지털’에서 벗어나 변화와 혁신의 메타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가트너에서는 ‘디지털 사회’를 지속적인 디지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물의 집합으로 표현한다. 특이하거나 새로운 정의는 아니지만, 유기체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주도적인 기존의 사회 범위가 발단된 정보통신 기술과 잘 정비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개인과 사물, 사물과 사물, 집단과 사물 등으로 확대된다고 생각하면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의 뜻을 가진 단어인 ‘윤리’도 이제 ‘인공지능 윤리’까지 확장되어 사용된다. 2017년 발표된 「아실로마 AI원칙」의 윤리 및 가치(Ethics and Values) 항목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사물(Digital Things)의 가치관이 인류의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학습교재에 등장한 가운 입은 과학자들이 설명하던 「로봇3원칙」은 공상과학 소설 속의 무언가였는데, 디지털 사물의 인간사회 편입이 어느새인가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새로운 구성원의 편입을 준비하는 인간사회의 진보는 도전적이고 두렵지만 동시에 고무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그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디지털 격차와 디지털 약자가 바로 그것이다. 2001년 제정된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에서 정보격차와 그 해소에 대한 제도적 접근은 시작되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2020년 발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취약계층1)의 디지털 역량 수준(60.2%)과 디지털 활용 수준(68.8%)은 일반 국민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 이는 분명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중장기적인 완화책 마련이 최선이었으나, 우리가 디지털 격차 해소에 조금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 이유가 최근 생겼다. 코로나19가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속도에 발맞춘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흔들리는 경제와 갑작스러운 비대면 사회의 니즈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논어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표현이 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이다. ‘빠른’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포용적인’ 디지털 전환이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사회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진보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주1)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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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Welcome to the Digital Society”. Gartner Blog, 2021년2월2일 접속, https://blogs.gartner.com/mark-mcdonald/2019/08/04/welcome-digital-society/
2.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