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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문아람

긱(Gig) 경제가 ‘Good Is Good’이 되려면

  • 작성자문아람  부연구위원
  • 소속디지털경제사회연구본부
  • 등록일 2020.10.26

우리는 원하면 플랫폼을 통해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긱 경제(gig economy)’ 시대에 살고 있다. 퇴근길 ‘타다’를 기다리며, ‘Clickworker’에 제공할 안면인식기술 프로젝트용 동영상을 촬영하고, ‘배민라이더스’가 전해 준 저녁을 먹으며, ‘크라우드웍스’에 접속해 AI 학습 데이터 구축을 위한 이미지를 분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ICT의 발달은 노동의 분절화를 가속하였고, 네트워크 고도화와 디지털 기기의 보급은 근로 방식의 유연성을 가져왔다. 긱(gig)의 형태로 뮤지션이 계약을 맺고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듯, 노동의 수요자는 일감을 세분화하여 업무(task) 단위로 개인과 단속적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노동의 공급자는 전통적인 종속 고용을 벗어나 독립계약자로서 프리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소득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양측의 니즈를 충족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플랫폼’의 등장이 긱 경제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긱 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사회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긱 경제 내 플랫폼은 경제학에서 일컫는 양면시장으로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며 서비스 교환의 장을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기업은 경쟁적으로 ‘알고리즘(algorithm)’을 개발하여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긱 노동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며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AI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은 플랫폼에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다량의 정보를 처리하여 즉각적으로 거래를 조율함으로써 긱 경제가 작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알고리즘은 긱 노동의 전반적인 거래 과정에 개입한다. 우버(Uber)의 한시적 할증요금정책(surge pricing)과 같이 거래 시점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시장 가격을 설정하고, 플랫폼 내 거래 이력과 평점을 반영하여 소비자와 노동자를 연결한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더에게 주문 픽업에서 최종 목적지로 배달하기까지의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는 등 근로의 방식까지도 관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새로운 형태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야기하고 긱 생태계 내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기업의 최종 목적함수가 이윤 극대화와 시장점유율 확보를 통한 기업의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에게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 위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할 유인이 충분하다. 알고리즘은 특허 등으로 보호받는 기업의 자산으로 인정되고,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필요한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도 기업이 소유한다. 기업이 보유한 정보의 접근이 차단된 긱 노동자는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결과를 수용해야만 하고, 기업의 의도된 해악이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생태계 내 지위는 더 불안정해진다.

한편, 알고리즘은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해악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은 자동화된 처리과정을 거친 결과로 객관적일 수 있으나, 알고리즘 설계 시 모형 선정, 대리변수 선택, 데이터 클리닝 등 개발자의 관여와 선택이 필요한 단계가 존재하므로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이 반영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이 훈련하기 위한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는 경우, 예상하기 어려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로 인종, 성별 등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평점 결과가 축적되어 알고리즘 학습데이터로 활용되면 차별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게다가 알고리즘이 강화학습을 하는 경우, 처리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어려워 개발자조차 결과에 영향을 준 요인을 판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플랫폼 내 알고리즘으로 조율되는 노동의 교환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인한 해악이 개별적인 거래에는 미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러한 거래가 데이터로 축적되어 알고리즘 개선에 활용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누적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는 긱 노동 종사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수립에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나 일자리위원회 등을 통한 노사정의 논의는 긱 노동자의 근로자성 규정과 근로환경 개선에 일단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 기반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에서도 결과의 편향성과 차별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어, 긱 경제를 둘러싼 이슈 중 알고리즘 기반 인적 자본 관리의 폐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긱 경제가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착취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파괴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긱 생태계 참여자 모두에게 이로운 ‘good is good’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긱 경제 핵심적인 작동원리인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와 기술정책 측면의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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