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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고세란

ICT산업 여성인력의 위기와 기회

  • 작성자고세란  부연구위원
  • 소속미래예측분석센터
  • 등록일 2020.08.10

사상 최저의 출산율과 저조한 여성고용률.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0.92, 여성고용률은 57.8%다.1)  얼핏 생각해보면,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은 반대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즉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음(-)의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서구국가들의 경우, 합계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즉 둘이 양(+)의 관계를 보인지 오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동시에 낮아지는 양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고용 확대는 저출산 시대에 노동공급 부족을 해소시켜 국가생산력 증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저출산 문제 자체를 해소시킬 수 있는 주요 열쇠이다. 서구국가들의 사례들을 보면 이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가 전제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회구조의 변화는 개인, 가정, 기업, 사회 전반에 걸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정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았을 때, 30대에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낮은 M자 유형을 보이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경우이다. 결국 인적자원을 가장 활발히 개발할 수 있는 시기에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력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단절된다. 또한, 이들이 40대 중·후반에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더라도, 경력단절 이전의 업무역량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의 질도 예전보다 낮아진다.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의 고용률과 유사하게 움직이다가 60대에 은퇴하는 역U자 형태를 보이는 선진국과 대조되는 면이다.

특히, ICT산업(정보통신업)으로 한정시켰을 경우, 여성종사자 수는 30.2%로 ICT산업을 제외한 타산업의 비중이 41.8%인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2) 연령대별로 살펴보았을 때, ICT산업에서 여성고용비중이 30대 이후 타산업에 비해 더욱 급격히 감소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경력단절 후 재취업까지 기간도 길게 나타나 ICT산업에서 여성들이 경력단절 후 복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3)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ICT산업에서 지속적인 자기 개발(skill upscaling)이 요구되는 것과 일과 가사·육아를 병행하기에는 치열한 근무환경이 대표적인 요인들로 꼽힌다.

그러나 ICT산업은 오히려 남성 및 여성 모두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특수성도 갖고 있다. 연구결과를 보면, ICT산업 종사자들은 작업의 유연성 및 작업시간에 대한 자율성이 타 분야 대비 높다.4) 또한, 재택·원격근무 및 시간제 근로가 비교적 가능한 직무들이 많으며,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창업 등으로 여성인력들이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직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로 이러한 작업환경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어 이를 여성의 노동시장참여를 더욱 촉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적극적인 여성고용 정책들을 시행해왔지만, 여성고용률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근본적인 원인인 여성에게 가사 및 자녀보육의 부담을 전담시키는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경력단절 후 비취업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기업 문화 조성 지원’을 뽑은 것을 보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정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5) ICT산업의 장점을 살려 잠재된 여성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 ICT기업이 앞장서기를 기대하며, 여성고용 유지 및 활용에 기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들이 함께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감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명, ‘인구쇼크’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인력의 인적자원이 사장되지 않고 여성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출산율 증대와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1) 2019년 인구동향조사(통계청),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
2) 2016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고용노동부)
3) 최지은·고세란·오윤석(2020), “ICT산업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제고방안 연구” 정보통신정책연구원(발간예정)
4) EIGE(2018), “Women and men in ICT: a change for better work-life balance.”
5) 오은진·강민정·정성미·이서현·노우리·손창균(2019),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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