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4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이동통신 생태계의 미래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연속된 임기가 아닌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었던 상황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임기이기 때문에 과거 첫 번째 임기에서의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4년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받아들여 또 다른 변화를 보일 것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임기에서 5G 이동통신을 시작으로 중국과의 기술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Clean Network 정책을 통해 중국을 생태계에서 완전히 배제하려고 시도하였다. Clean Network 정책은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과 정부의 통화나 데이터가 중국 장비나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연결되는 세상을 목표로 하였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을 배제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Clean Network 정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으며 정책 기조와 세부 정책에서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생태계 주도권 확보 경쟁을 위한 전략 측면에서 3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첫째, 네트워크 투자 및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트럼프 정부는 시장 주도를, 바이든 정부는 정부 주도를 선호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감세, 5G 구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기업인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확대하여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하였다. Tax Cuts and Jobs Act of 2017을 통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영구적으로 인하하였고, 누진세 구조에서 단일 세율 구조로 변경함으로써 대기업인 통신사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었다. 사업자의 부담을 낮춰준 후 중요 주파수 대역을 공급하여 시장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투자가 촉진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2024년 대선에서는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하였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추가 인하(15%)를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여 정부 주도의 R&D 지원, 중소기업 및 외곽지역 네트워크 구축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추진하였다. 대표적으로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of 2021에 의한 Broadband Equity, Access and Deployment(BEAD) Program(424.5억 달러), Enabling Middle Mile Broadband Infrastrucutre Program(10억 달러) 등이 있는데 BEAD 프로그램은 트럼프 2기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둘째, 글로벌 생태계 전환을 위한 국제 관계 형성 측면에서 바이든 정부가 ‘협력’을 내세운 반면 트럼프 정부 1기는 ‘압력’의 방식을 선호하였다. 즉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 등과의 다자협력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했다면, 트럼프 정부는 다자협력을 선호하지 않고 개별 국가 및 기업의 협력을 압력을 통해 유도하여 중국을 배제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에게 중국 장비 배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으며 그에 따른 전폭적 지지를 얻지는 못하였다. 미국이 동맹국 등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자체 산업기반의 약화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이에 바이든 정부는 Open RAN을 중심으로 자체 산업의 중장기적 양성과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없었으며, 5G 이동통신에서는 미국이 패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4년이라는 짧은 임기는 국제사회에 어떠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생태계 전환 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빅테크(Big Tech)에 대한 규제 철학이 서로 다르다. 바이든 정부는 빅테크에 대해 기업 분리 등 반독점 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으나, 트럼프 정부는 독점화 규제에는 찬성하지만, 기업 분리 등 구조 규제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 법무부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 1심에서 기업 분리 및 매각, 지분 매각 및 보유 금지 등의 강력한 구조 규제를 포함한 구제책(remedy)을 제안하였는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이러한 구조 규제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갈등은 배타적 국가 진영 간 경쟁이었던 1차 냉전과는 다르게 생태계 네트워크에서의 중심성(Centrality)을 확보하는 경쟁이다. 생태계 구성요소인 기업은 국가를 초월하여 연결되어 있고, 국가가 그 연결을 단절하기 어렵고, 또는 단절하더라도 이해관계에 의해 쉽게 복원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중요도가 높은 생태계 구성요소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경쟁이 중심성 경쟁이다. 주요국은 중심성 경쟁을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연결을 단절시키고 정부 주도 또는 민간 주도로 구성요소의 경쟁력을 최대한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중 갈등으로 유발되는 이익과 손해가 공존하는 상황으로 이러한 전환에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트럼프 2기의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생태계 양분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르게 다자간 협력보다는 개별 국가별 압력과 관세 인상 등과의 연결을 선호함에 따라 생태계가 양분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둘째, 생태계 네트워크의 중심성을 갖출 수 있도록 새로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산업을 기존의 전용 장비 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개방화, 가상화, 클라우드화, AI 기반에 의해 전환되는 미래 네트워크 생태계의 구성요소에 대해 종합적인 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연결성 강화 대상 안에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양분화된 생태계에서 주도적이지 못하고 종속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은 WTO 체제에서 직접적 보조보다 간접적 지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은 이미 직접적 보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바이든 정부보다는 약화될 수 있지만 필요한 곳에 직접 보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수준의 강화는 어렵더라도 주요 부문에 대한 직접적 지원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트럼프 2.0 시대와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략: 바이든 정부와 비교”(KISDI 프리미엄리포트 24-06)을 요약, 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