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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김성옥

한국엔 왜 GAFA가 없냐고 물으신다면...

  • 작성자김성옥  연구위원
  • 소속ICT전략연구실
  • 등록일 2020.05.27

우리는 왜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같은 플랫폼이 없는가? 오래되고 고루하면서도 속시원한 답을 내리기 좀처럼 힘든 질문이다.

에어비앤비의 시장가치가 매리어트 호텔을 넘어서고, 우버가 BMW의 가치를 추월하는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산업 영역의 기업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지난 일이고, 유독 플랫폼 비즈니스가 취약했던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화의 흐름을 타고 카카오의 시총이 현대자동차를 넘어서는 등 약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드디어 크고 강력한 플랫폼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인가라는 희망이 샘솟는 이 시기에, 그런 희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싶다. 이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으며,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변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첫째, 플랫폼은 봉이 김선달인가?”

플랫폼은 기존 산업에 +α의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공급자와 수요자를 플랫폼에 참여시킨다. 지난 총선 시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배민의 경우, 일일이 전단지를 배포하고 배달인력을 고용해야 했던 요식업계의 영세상인들에게 마케팅과 배달 역량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집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집에서 수플레팬케익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리다니!

디지털 세상에서 플랫폼은 지리적인 경계를 없애고,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을 낮추어주며, 시장정보의 투명화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후생을 높인다. 오프라인의 재화와 서비스를 디지털화된 수단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플랫폼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이 플랫폼이 차별화된 공급과 수요를 확보하고, 즉시성과 편의성을 담보한 매칭을 제공하는가, 즉, 어떤 수단을 활용해서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가가 플랫폼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둘째, 플랫폼은 혁신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안 그래도 시켜먹던 음식들, 안 그래도 잡아타던 택시, 안 그래도 듣던 강의, 안 그래도 훑어보던 부동산. 이 사이에 끼어든 플랫폼은 그냥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 이들을 모아놓은 것일 뿐, 아무런 혁신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치가 없다는 사고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새벽에 어젯밤 주문한 신선식품을 배송받을 수 있고,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침대에 누워서 이사갈 집을 꼼꼼히 훑어보는 것이 어떤 기술과 아이디어가 전제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에는 플랫폼이 너무 당연히 생활 속에 스며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여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새로운 경험을 적재·적소·적시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기술을 입히는 과정 자체는 플랫폼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서 소홀히 고려되곤 한다.

“셋째, 성장한 플랫폼은 독점인가?”

지난 배민 논쟁에서도 보았듯이 공급자가 됐건 소비자가 됐건, 플랫폼의 참여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플랫폼의 독점화라는 가정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팁이 올라간다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올라간다면? 그러나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반적으로, 플랫폼 경제 자체는 불균형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로 성장한 거대 플랫폼은 일정 정도 독과점적 규모를 형성하게 되며, 경쟁제한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유사한 서비스를 가진 신규 플랫폼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으로, 플랫폼참여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도약할 수 있는 레버리지로 활용될 수 있음도 사실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메우는 콘텐츠들, 구글과 아마존이 제공하는 API를 이용하여 빠르게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들. 플랫폼은 자원이 부족한 참여자들이 좀 더 나은 경쟁환경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큰 플랫폼 위에 얹혀진 작은 플랫폼들, 큰 플랫폼이 미처 커버하지 못한 영역의 틈새 서비스들을 생성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플랫폼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데이터 독점은 기술 우위, 비즈니스 모델의 우위로 이어져 한층 더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하는 메커니즘과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옹호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우려로 플랫폼의 성장 자체를 제한한다면, 우리 생태계에서 거대 플랫폼의 존재는 당연히 꿈꿀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플랫폼의 탄생과 혁신을 거쳐온 플랫폼의 성장과 규모화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과 작은 플랫폼, 참여자들이 조화롭게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여태까지는 플랫폼이 봉이 김선달일 것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은 꽤 높은 확률로 부당할 것이라는 부정적 가능성에 베팅해 왔다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심화되어가는 현재, 긍정적 가능성들에 억지로라도 베팅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이 고민은 플랫폼의 혁신을 지원하고 규제하며, 거대 플랫폼으로 인해 시장진입에 애로를 겪거나 플랫폼에 얹어 순조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 플랫폼화를 진행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장(場)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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