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혁신적인 기술은 익숙한 환경을 날카롭게 베어내고 새시대의 물결이 당도하는 길을 열어왔다. 기술이 간직한 잠재력이 크면 클수록 갈라진 틈은 크고 물결은 거셌다.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른 기계화,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역사에서 혁명이라 불릴만한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현대가 이룩한 성취의 기반이 되었다.
다만, 신기술을 타고 온 혁신의 흐름이 언제나 장밋빛 미래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기술이 불러오는 시대적 변화는 소외계층을 양산하였으며, 변화에 대한 저항과 불만을 일으키기도 했다. 러다이트 운동, 네오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의 발전이 만드는 그림자를 상징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신기술이라는 검은 전진을 위해 구습을 도려내는 훌륭한 도구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최근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소위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의 부상은 다시 한 번 기술의 발전과 혁신, 양면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등장, 산업의 디지털 전환, 초연결사회의 확대 등 사회 곳곳에서 기술 혁신에 따른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변화는 어느 때보다도 더 세차고 급격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상황이 강제되면서 디지털로 대표되는 신기술 활용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이슈로 탈바꿈하였기 때문이다. 기술의 가치가 필수성의 옷을 입게 되면서 변화의 보폭이 커지고 그만큼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신기술에 따른 혁신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엄청날 것 또한 분명하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완화되는 점도 비용의 감소, 효율성의 증대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제시되고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자동화 및 디지털 격차로 인한 고용 축소, 플랫폼 노동자 확대에 따른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독점 심화, 소득불평등의 심화 등 양극화가 기본이 되는 사회구조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인공지능의 활용이 일으킬 수 있는 사적 정보 침해와 소비자 선택 왜곡 등의 해로운 영향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최근 뜨거운 주제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는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 시선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모두 가능성이 있는 주장들이기에, 어떤 것은 선택하고 어떤 것은 외면하는 식의 접근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기술을 통한 혁신에는 달콤한 과실과 함께 쓴 뿌리가 붙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잘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술 혁신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우선순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이정표를 세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커다란 변화를 동반해왔다. 그때마다 우호적 시선과 부정적 시선이 공존해왔지만, 적어도 새로운 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의 시대 또한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화라는 변화의 물결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기술이라는 칼을 예리하게 잘 벼리는 법, 벼려진 칼을 잘 휘두르는 방법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때로는 그 칼을 칼집에 넣어두어야 할 때가 있음을 아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조화가 비록 조금은 느려 보일지라도 그 느림 덕분에 미래를 향한 길이 보다 더불어 갈 수 있는 대로가 된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신기술을 통한 혁신의 미래가 사회를 밝히고 사람을 가치있게 만드는 혁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