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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방송 채널은 언제까지 방송콘텐츠의 1차 유통창구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 작성자김경은  부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본부
  • 등록일 2021.06.1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 등장 초기에 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OTT가 방송을 대체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람들은 과연 유료방송 대신 OTT를 시청할까, 그렇지 않으면 유료방송과 OTT를 모두 시청할까? 현 시점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기반으로 이 질문에 답한다면 그 답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코드컷팅(cord-cutt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료방송이 OTT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료방송과 OTT가 비교적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간 이용행태의 차이는 상당 부분 유료방송 가격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은 유료방송 가격이 OTT 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책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료방송과 OTT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따라서 미국 이용자들은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OTT 서비스로 대체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 채널이 여전히 방송콘텐츠의 1차 유통창구로 활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이용자들의 유료방송 구독이 유지되고, 이에 따라 TV 시청률이 여전히 일정 수준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업자들 역시 기존의 수익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방송 채널을 방송콘텐츠의 1차 유통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1차 유통창구와 시청률 간의 관계는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상관관계에 가깝다. 다시 말해,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1차 유통창구로 활용되는 측면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1차 유통창구라는 점이 TV 방송을 OTT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만들어 일정량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송 채널이 1차 유통창구로서의 위치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TV 방송이 OTT에 비해 가지는 차별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OTT를 통한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다시보기(VOD) 서비스는 그 제공 시점이 점차 앞당겨져 이제는 프로그램 방영 직후도 아닌 실시간 방영 중에 제공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용자들이 다시보기 서비스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중단없이 시청해야 하는 TV 방송에 대한 수요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방송 채널이 1차 유통창구 기능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1차 유통창구 기능을 잃고도 방송 채널은 유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는 OTT 서비스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기도 전인, IPTV가 등장할 무렵부터 지속되어 왔는데1), 실시간 중계가 필요한 프로그램의 존재나(스포츠, 보도 프로그램 등), 1차 유통창구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외하고도 방송 채널이 존속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들의 경우, 무엇을 시청할지 일일이 선택하기보다 주로 수동적인 시청을 선호하는 일정 수요층의 존재를 그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프랑스에서 Netflix Direct(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 속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편성하여 방영하는 방송 채널과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한 사례를 보았을 때2), 그러한 수요층은 일정 수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방송 채널의 존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방송 채널의 역할이 현재의 재방송 채널 수준의 보조적인 역할로 축소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방송사업자들이 OTT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한창이다. 너도나도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는 보유하고 있던 자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를 통해, 누군가는 PP를 새로 설립해가면서까지 방송 채널을 오리지널 콘텐츠의 1차 유통창구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물론 방송 채널을 1차 유통창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OTT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과연 이러한 전략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방송 채널은 정말 방송콘텐츠의 1차 유통창구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1) The death of linear TV: exaggerated, imminent, or simply premature? (European Media Leaders Summit 2007)

2) Netflix Picks France to Test First Linear Offering (2020. 11. 6. Var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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