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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사업자의 합종연횡, 그 명과 암

  • 작성자심홍진  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실
  • 등록일 2019.10.14

최근 OTT 서비스 시장의 두드러진 변화는 국내 OTT사업자들이 연합하여 거대 OTT 사업자로 거듭난 것이라 하겠다. 지난 9월 SK텔레콤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와 지상파 방송 3사의 푹(POOQ)이 결합해 웨이브(WAVVE)가 탄생했다. 웨이브를 필두로 2020년에는 CJ ENM과 JTBC가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TIVING)’을 토대로 통합 OTT 플랫폼을 출범한다.

국내 OTT 콘텐츠 플랫폼 연합의 등장은 국내 OTT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 국내 OTT 시장에서 국내 OTT 서비스의 지분을 일정 부분 회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먼저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계획이 눈에 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수천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OTT처럼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OTT에 맞서기 위해 콘텐츠의 질과 양을 강화시키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를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그렇다고 콘텐츠의 양적 확대를 위해 기존의 지상파 콘텐츠를 단순히 재가공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그래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전략은 더욱 의미가 있다.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국내 이용자들의 니즈와 선호를 면밀하게 파악하여 기존 지상파 프로그램이나 케이블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이고 파격적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확보해야한다. 여기에 아세안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지역색을 입힐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문제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는 데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있으며,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JTBC는 제이콘텐트리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고비용으로 생산한 양질의 콘텐츠나 디즈니처럼 마블과 픽사를 앞세워 검증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OTT를 앞지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대안은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는 국내 OTT 콘텐츠의 부양을 위해 국내 OTT 콘텐츠 제작비의 세액을 공제해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OTT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도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제안하고 있다. 가령 세제 혜택과 함께 민관 매칭 펀드를 조성하거나 콘텐츠 제작비 대출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OTT 시장이 급격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OTT시장의 환경 변화는 국내 OTT 연합이 넘어야할 또 다른 장애물이 될 것이다 현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건재한 시장에 하반기에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콘텐츠 다양성에서 여타 OTT 사업자를 압도한다.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콘텐츠를 수급받지 못한다면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츠 확보 전략을 검토해야할 지경이다.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웨이브도 기존의 옥수수 이용자와 푹 이용자를 선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요금제 또한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고수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 플러스의 일부 요금제와 애플TV 플러스는 웨이브의 요금제보다 여전히 저렴하다. 저렴한 요금제는 OTT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고 광고 판매를 위한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데 유효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국내 연합 OTT가 주목해야한다. 하지만 저렴한 요금제는 양날의 검이다.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본 형성을 분명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OTT 연합은 콘텐츠에 광고를 결합한 AVOD 서비스 등을 통해 저렴한 이용자 요금의 결점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요소는 OTT 소비에 대한 여러 조사가 국내 이용자의 선호 콘텐츠를 우리말로 제작된 드라마와 예능이라고 보고했다는 부분이다. 국내 이용자의 콘텐츠 선호도를 반영하듯 해외 OTT들도 ‘킹덤 2’나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국내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웨이브 등 국내 OTT 연합이 우리말 콘텐츠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이용자의 콘텐츠 선호도를 감안할 때 분명 호재다. OTT가 우후죽순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선택은 결국 이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OTT 사업자가 시정에 진입하면 이용자는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선택과 선별이라는 피로감을 더불어 선사한다. 그래서 국내 OTT 연합은 이용자의 피로감을 효율적으로 덜어주면서도,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전략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수급을 위해 콘텐츠마다 태그를 붙여 이용자가 선호하는 장르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추천서비스는 참고할 만하다. 이용자 관점에서 콘텐츠의 양보다 질이 더욱 가치가 있다. 질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OTT 연합은 이용자의 장르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고, 시청 행태를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OTT 사업자는 이를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효율적이고 직접적으로 이용자에게 노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OTT 사업자의 연합으로 탄생한 대규모 OTT 사업자 앞에 펼쳐진 행로는 상기한 여러 상황과 요소를 감안할 때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틈새와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OTT 사업자 연합이 글로벌 OTT 시장 환경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길 바란다. 나아가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고, 글로벌 OTT로 성장하여 우리 콘텐츠가 주요 선진국과 아시아 주류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신한류의 활로를 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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