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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김희천

5G 버티컬의 성공을 위한 거버넌스 확립의 필요성

  • 작성자김희천  부연구위원
  • 소속통신전파연구실
  • 등록일 2019.09.17

지난 4월 5G가 상용화된 이래로 국내외 이동통신 산업계의 모든 이목은 5G 시장에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기반의 B2C 서비스가 출시되기 이전부터 국내 사업자들은 TV 상업광고 등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의 초기 주도권을 잡고자 노력해왔으며, 국내 사업자들과 잠재적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버라이즌 등과 같은 해외사업자들 역시 세계최초 출시 등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에 경주해왔다. 디바이스 시장 역시 5G 시장에서의 초기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최신기종을 출시하기 위한 경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활성화와 주도권 경쟁의 이면에는 기존 이동통신 사업이 중점을 두었던 B2C 시장이 포화되어 기존 방식의 산업 성장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깨달음과 불확실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이동통신 시장전망은 기존 B2C 시장의 성장이 ‘26년까지 1.5% 내외에 그칠 것1)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5G시장의 참가자들은 기존 이통시장 외의 새로운 시장으로서 B2B 시장에 주목해왔으며, 기술의 발전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여기서 파생되는 서비스들, 통칭 ‘5G 버티컬 시장(vertical market)’ 혹은 ‘5G 버티컬 산업(vertical industry)’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물밑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5G 버티컬 시장은 다양한 산업에 이동통신 시장을 적용하여 만들어지는 시장이니만큼 일관된 특성을 갖기보다는 그 배경이 되는 기존 산업의 전통적인 특성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개별 산업군의 다양한 특성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형성될 시장들 역시 다양한 개별적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다양한 개별 산업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5G 버티컬 시장이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굳이 친숙한 비유를 들자면, 기존 통신 산업이 기존 B2C 시장에서는 동일한 규격/스펙의 서비스를 대량의 소비자에 제공하는 소품종·대량생산 시장의 형태를 보였다면, 5G 도입과 더불어 통신서비스 자체가 다품종·소량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시장특성에 따라 연관된 장비 및 서비스 시장 역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의 필요를 반영하는 형태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반영하는 5G의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MEC(Mobile Edge-Computing)와 SDN(Software-Defined Network)을 들 수 있겠다. 위 두 개념은 5G 이전부터 형성되어온 개념이나, 5G 버티컬 시장의 대두와 더불어 통신망을 특징짓는 주요한 개념(※참조)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자 및 정부 역시 이러한 5G 시장의 특성을 인지하여 이에 대응하기 위한 부처별, 산업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5G 플러스 전략’ 등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과기정통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편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18.1월 ‘스마트 시티 추진전략’ 등의 전략을 통해 기존 산업에 5G의 특성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전략들은 범부처 추진단 등을 통해 각 부처간 정보 공유 등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5G 버티컬의 잠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지난 전문가 칼럼에서도 짧게 밝힌 바와 같이 ICT 산업의 특성은 다양한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점에 있다. 특히 5G 버티컬 산업은 이러한 특징을 극대화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그 의의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산업계별로 5G 버티컬이 적용될 산업 분야의 생태계간의 메카니즘을 파악하여 산업분야의 어떠한 단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 특정 분야의 산업정책이 타 분야의 어떤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설령 산업 생태계의 파악이 이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산발적인 형태로 개별부처에서 이루어져 개별 부처/산업 간의 지속적인 정보의 교환과 협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우리 정부의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등의 기구는 이러한 개별부처간의 협업과 정보의 교환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4차위는 실질적인 정책결정 권한을 지니지 않은 옥상옥(屋上屋) 형태의 논의기구라는 한계점에 봉착한 것 같은 모습이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5G 버티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부처 간 협력을 강제할 수 있거나, 혹은 부처 간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5G 버티컬과 연관된 다양한 국내 산업의 생태계의 전체 발전을 아우르는 조정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5G 버티컬 시장의 도래와 더불어 과거와 같이 개별 산업들이 독자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필자는 느낀다. 즉, 과거 산업시장과 달리 다양한 산업 간의 시너지와 자원의 공유 및 연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적 변화의 속도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가장 앞서서 맞고 있는 산업계에서는 산업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민간 혹은 정부 주도의 거버넌스(governance) 설립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문명의 발전과 인권의 향상이 권력의 탈집중화와 개성의 존중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탈집중화된 권력과 의견이 한데 모인 거버넌스가 언제든 권위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제도적 기반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산업계 전반의 탈집중화와 다양화 역시 이러한 산업계간의 소통과 협력을 언제든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거버넌스의 존재 위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우리나라 산업계가 5G의 세계최초 도입과 더불어 버티컬 시장에서도 이러한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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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ricsson(2017), 5G Business Potential
 

(※참조)

MEC는 기존 통신망의 모든 주요한 기능이 소위 ‘코어망’이라 불리우는 중앙국사를 통해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분산화된 서버단에서 처리되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통신망의 말단에서 코어망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단축하여 초저지연 특성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망 내부에서 처리된 데이터들이 외부 코어망까지 갈 필요가 없이 내부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함으로서 보안적 측면에서의 물리적 강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MEC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 코어망이 데이터 처리를 위해 필요한 기능들이 모두 서버단에 탑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존 시장에서는 개별 기능에 특화된 고가의 장비들을 통해 장비사들이 수익을 창출하였으며, 이로 인해 MEC의 구현이 어려웠다. 그러나 SDN은 과거 개별장비가 구현하던 기능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로, 서버 컴퓨터에 이러한 기능을 손쉽게 탑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MEC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필수기능이 SDN 기술을 통해 실현가능해지면서 5G에서는 특성화된 개별망의 구현이 이전 세대에 비해 저렴하고 손쉽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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